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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샤론북클럽 3월의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김진영 위기상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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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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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론북클럽(영미책방 시즌2)을 시작합니다❤

매월 한 권의 책으로 나누는 상담의 이론과 적용 이야기

 


안녕하세요. 위기상담팀이 북클럽의 첫 장을 엽니다. 이번 모임에 초대하는 책은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죽음을 마주하는 이의 진중한 성찰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암 환자의 죽음 불안을 다룬 논문을 쓸 때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기도 합니다.

칼라니티는 신경외과 수련의 마지막 해에 폐암 4기 진단을 받습니다. 그는 암 진단의 충격을 이렇게 적습니다.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 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 의사였을 땐 행위의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인 나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일 뿐이었다. (p.171~2)” 암 진단과 동시에 균열된 삶, 수술로 인한 신체 일부의 상실, 지난한 항암 치료의 고통,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 그리고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되뇌임. 어머니의 투병 과정을 지켜본 제게, 그의 기록은 활자를 넘어 생생한 목소리로 다가왔습니다. 칼라니티 부부는 투병 중 새로운 생명을 맞기로 결심하고, 인공수정을 통해 딸 케이디를 얻습니다. 그는 가족의 사랑을 발판으로 암을 직면했고, 고통 속에서도 진솔하고도 의연히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었고, 결국 이 책을 끝맺지 못한 채 9개월 된 딸과 아내를 남긴 채 숨결이 바람 되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아내 루시가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p. 257)”라고 담담히 회고합니다.

호스피스 전문의 김여환은 말합니다. ‘우리나라 인구 세 명중 한 명이 암을 진단받는다. 암 환자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일 수 있다. 《천 번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p. 29》’ 라고요.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살지만,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기도 해서, 대부분 충격에 휩싸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암이 의심되어 검사나 추적 관찰을 받는 분, 이미 진단을 받으신 분, 사랑하는 이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는 분이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칼라니티처럼 죽음을 직면하며 통찰을 남기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는 가족의 깊은 사랑 속에서, 생과사의 갈림길을 목도하며 뇌 수술을 집도한 강인한 의사였던데다, 영문학도였습니다. 그래서 깊은 통찰이 어우러진 음악적 문체의 아름다운 기록을 남길 수 있었겠지요.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거스를 것을 요구하거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습니다. 그건 너무 가혹합니다. 다만, 제가 기대하는 바는 칼라니티가 말한 “뇌와 의식,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살게 되면 공감 넘치는 행동을 할 수 있고 또 스스로의 자아도 향상시킬 수 있으리(p. 277)”라는 통찰을 나누며, 샤론과 정진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상담 현장에서 마주할 말기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 《숨결이 바람될 때》에 관한 소회와 암 환자 상담 경험을 나누어 주신다면 상담자로서 성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